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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덕혜옹주 (The Last Princess, 2016)]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타협에 빼앗긴 작가주의 조선시대에 왕실에는 후궁 소생의 수많은 옹주들이 있었지만 정비 소생의 공주보다 서열이 낮은 신분의 한계 때문에 역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나마 세간에 알려진 인물로는 영조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사도세자의 동생 화완옹주와 망국의 황제 고종의 말년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덕혜옹주를 들 수 있다. 고종에게는 일찍이 9남 4녀의 자식이 있었지만 대부분 어렸을 때 죽고 장성할 때까지 생존한 사람은 명성황후 민씨 소생의 순종 이 척, 귀인 장씨 소생의 의친왕 이강, 황귀비 엄씨 소생의 영친왕 이은, 복녕당 양씨 소생의 덕혜옹주까지 3남 1녀뿐이었다. 그 때문에 덕혜옹주는 고종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애지중지 키워졌다. 덕혜옹주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어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한국인들에게 조선의 추억을 일깨워주는 상징이었.. 2020. 2. 8.
[영화로 세상읽기: 슈퍼히어로의 서바이벌] 5년전 일기를 펼치며 0. 세상은 결국 '나'로 인해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여긴 지난 몇 년이 있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지 그저 나와 관련된 것들만 괜찮으면 되었다. 왜냐면 나는 이 세상을 구하거나 아니 조금의 방향에 영향이라도 끼칠 수 없는 그냥 자그마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이라는 것이 지극히 소망이 되어 버린 세상의 루져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자신 내면의 감성에만 쫓아다니다 다시 철퍼덕 엎어지게 되었다. 삶이 라는 게 일어나 달리는 순간보다 넘어져 자빠져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5년 전의 글을 꺼내어 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아니 조금 뒤로 물러난 채로 그렇게 있었다. 세상이 제대로 가지 않는데 내 일상의 평범.. 2020. 2. 8.
[영화리뷰: 터널 (Tunnel, 2016)] 이 세상의 흔하디 흔한 재난, 그 중 가장 큰 재난은 ‘고립’ 붕괴된 터널에 갇힌 자동차 영업사원 정수(하정우)는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 배터리가 다하기 전에 구조대가 올 것이라 희망한다. 터널에 들어 서기 전에 들른 주유소에 받은 생수 두 병은 이미 다 마신 지 오래이고, 소변을 받아 마시라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의 충고를 실행에 옮길 판이다. 함께 생존자로 의지하였던 미나(남지현)는 큰 부상을 입고 이내 숨을 거둔다. 이제 붕괴된 터널의 이 좁은 공간 안에는 미나가 남긴 강아지 댕이와 정수뿐이다. 일주일이면 구출된다는 기약은 보름이 넘도록 진행되고, 그 구출 계획마저 공사비리로 인한 설계변경으로 헛고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정수는 이내 이성을 잃고 분개하고 동요한다. 이제 핸드폰의 배터리도 다해 가고, 바깥세상에서의 소식은 유일하게 잡히는 클래식 라디오 채널뿐인.. 2020. 2. 8.
[영화리뷰: 데몰리션 (2015, Demolition)] 무너져야 다시 세울 수 있는 상실의 시대 금융가에서 일하는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아내를 막 잃었다. 평소와 같은 동행길에서 자신은 살아 남고 아내는 머리를 크게 다쳐 숨을 거두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인생 사건을 앞에 두고도 이상하리 만큼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눈물이 나지도 않고 오히려 온갖 피로가 몰려들어 잠만 쏟아진다. 이대로 잠들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최소한의 상식으로 그는 병원 구석 자판기에서 M&M 초콜릿을 꺼내어 먹고자 한다. 이런, 자판기마저 고장으로 멈추어 버린다. 모두가 슬픔에 빠진 아내 줄리아(헤더 린드)의 장례식에서 그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편지의 수신자는 병원 자판기 관리회사이다. 아내의 죽음 뒤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이상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그가 집중하는 것은.. 2020. 2. 8.
[영화리뷰: 500일의 썸머(2009, 500 Days of Summer)] 인연보다 강한 신의 사랑, 신의 사랑보다 강한 운명, 바로 '우연' 건축가가 되고 싶었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카드(신용카드 말고 생일 축하카드,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 회사에서 축하 문구를 만드는 톰(조셉 고든 레빗)은 연애에 있어서 운명론자이다. 운명이 정해진 인연이 나타나면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런 톰에게 어느 날 운명 같은 여인 썸머(주이 디샤넬)가 나타난다.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오게 된 썸머에게 말 그대로 첫눈에 가버린 톰은 그녀와의 사랑을 절실히 바라고 바란다. 하지만 썸머는 진지한 관계보다는 느슨한 관계에서 톰을 원한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만남과 쉬운 헤어짐이 편하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사랑의 이야기로 발전될 수 있을까? 톰은 운명적인 여인을 얻고, 썸머는 진지.. 2020. 2. 8.
[영화리뷰: 부산행 (2016, Train to Busan)] 있을 것이 없는; 풍자 없는 신파 좀비물 유명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요즘 되는 일이 없다. 전략적 투자처로 삼은 바이오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서 개미 투자자들의 희생을 감수하고 손절매 결정을 내리고, 부산에 떨어져 지내는 아이의 엄마는 시급한 이혼을 종용한다. 여기에 더해 딸 수안(김수안)은 생일을 핑계로 엄마가 있는 부산으로 가겠다고 마음 심란한 그를 괴롭힌다. 울며 겨자 먹는 시늉을 하며 딸과 함께 부산행 KTX 열차에 오른 석우는 지친 몸과 마음에 바로 잠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몸을 실은 부산행 KTX 101편의 출발과 함께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들게 된다. 이내 전국은 긴급재난경보령으로 확산되고 열차 안에서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승차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고, 부산행 KTX101편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무.. 2020. 2. 8.
[영화리뷰: 산이 울다 (2015, Mountain Cry)] 헌신에 산이 울고 사랑이 우는 솔직한 신파극 신파극 ‘신파극’이란 일제 개화기 시절에 유행하였던 멜로드라마 형식의 연극을 지칭한다. 대체로 무르녹은 연애, 엽기적인 사건 등 강렬한 정서적 자극이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대개는 주인공이 어려운 처지에 몰려 관중의 눈물을 자아내다가 끝에 가서 행복을 찾는다는 결말로 끝난다. 통속적인 윤리관에 입각한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곤 했다. 요즘에는 ‘신파조’라는 이야기로 그저 감성을 자극하여 사람들의 눈물을 짜내는 의도된 ‘졸작’을 대변하기도 한다. 제도와 관습을 벗어난 사랑에 대한 응징이라는이면에는 그 사랑이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의 양면성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신파’라는 것은 세련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는 그저 뒤쳐진 낡은 감정의 조각으로 치부되기도 .. 2020. 2. 8.
[영화리뷰: 백 엔의 사랑 (2014, 100 Yen Love)] 낯설지 않은 서른 두 살의 성장통 일본 어느 작은 마을 도시락 집 큰 딸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말 그대로 루저(Loser) 백수의 표본이다. 작은 도시락 가게이자 집에는 부모님과 얼마 전 이혼하고 돌아온 여동생과 조카와 살고 있다. 32살 전문대 졸업을 한 이치코가 하는 일이라고는 조카와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동네 백 엔 상점에 들려 주전부리나 만화책 등을 사 오는 것이 전부이다. 치주염 치료비까지 밤낮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엄마에게 손 벌리는 큰 딸이 고와 보일 리가 없다. 그러던 중에 여동생과 한바탕 드잡이를 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방을 얻어 독립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애용하던 백 엔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독립생활도 아르바이트도 축 처지다 못해 눅눅한 비닐장판에 쩍 달라붙은 자신의 일상에 활력소를 가져다 주지는 .. 2020. 2. 8.
[영화리뷰: 브루클린 (2015, Brooklyn)] 인생은 선택의 연속, 하지만 아주 늦은 선택이란 없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생활하던 막내 에일리스(시얼샤 로넌)은 아일랜드를 떠나 뉴욕 브루클린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괴팍한 켈리 여사의 소매점포에서 일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경리일을 하는 언니의 수입으로는 한 식구라도 입을 더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타본 바닷길에서 멀미와 싸우면서 우여곡절 끝에 브루클린에 도착한 에일리스는 어린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하숙생활과 백화점 점원 생활을 시작한다. 의연한 척하였지만 점점 고향과 그곳에 있는 언니와 어머니에게 돌아 가고 싶은 생각은 깊어만 가고 향수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늘 우울하기 마련이다. 이러던 중에 후견인 신부님의 권유로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외로운 어린.. 2020. 2. 6.
[영화리뷰: 아가씨 (2016, The Handmaiden)] 사기꾼들의 반전없는 해피 엔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이모부(조진웅)의 후견으로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는 다섯 살 이후로 거대한 성같은 집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다. 그녀의 유일한 일과는 이모부가 금 쪽 같이 아끼는 고서들을 낭독하는 일이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그녀에게 타고난 사기꾼 백작(하정우)가 접근한다. 백작은 그녀의 재산을 가로 챌 요량으로 유명한 도둑의 딸이자 장물아비의 손에서 자란 숙희(김태리)를 그녀의 하녀로 위장하여 저택으로 들여 보내게 된다. 숙희는 백작의 지시대로 아가씨가 백작에게 사랑에 빠져 결혼하도록 아가씨에게 노력한다. 그런 중에 숙희는 아가씨에게 홀린 듯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백작의 추궁에 계획한 일을 진행하고 마는데…… 백작은 계획대로 아가씨의 상속 재산을 가로채고 숙희는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2020. 2. 6.
[영화리뷰: 곡성 (2016, Wailing) - 무서운 소리 없는 이 혼돈의 세상] "믿음은 그저 믿는 것이다. 이해되거나 설명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큰 사고라고 할만한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시골마을 '곡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연쇄사건은 마을을 발칵 뒤집어 버리고 저마다 범인이 누구인지 다음 희생은 누구의 차례일지 두려움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 깊게 파고들고 만다. 가해자는 모두 알 수 없는 두드러기 포진과 광기 어린 살기로 무차별하게 주변 인물을 도륙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그 이유를 독버섯 중독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갈무리하려 한다. 그 무렵 나타난 수상한 일본 노인(쿠니무라 준)이 소문이 소문으로 유력한 범인으로 주목이 되고, 시골 경찰 '종구'(곽도원)는 목격을 했다는 묘한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게 된다. 그 무렵 비슷한 이상.. 2020. 2. 6.
[영화리뷰: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2014 The Furthest End Awaits)] 기다리다... 커피를 로스티스트인 미사키는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가 해상사고로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된다. 그것도 아버지가 남긴 채무의 상속 통보로 말이다. 미사키는 큰 주저함 없이 아버지의 채무를 승계하고 그가 남긴 바닷가 작은 창고로 찾아 든다. 그 인적 없기로는 둘도 없는 장소에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별명을 딴 '요다카 커피'의 문을 연다. 그 카페의 지척에는 두 아이를 두고 홀로 타지로 일을 나가는 에리코가 살고 있다. 매일 밤, 집 앞에서 아이들은 엄마 에리코를 기다리고, 엄마 에리코는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곁에는 어린 시절 헤어진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는 미사키가 있다. 세상의 끝에서 이들은 기다림의 끝을 보게 될까? 그 끝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T.. 2015.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