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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3

[영화리뷰: 우행록(愚行錄): 어리석은 자의 기록 (2016, Traces of Sin)] 병폐적 사회와 우매한 인간의 이중창 케빈 스페이시의 가 떠오른다. 영화 의 첫 장면은 의례 주입된 인지와 경험의 틀을 주춤 없이 깨버린다. 가십거리와 풍문 취재를 주로 하는 황색 잡지 기자 다나카(츠마부시 사토시)의 등장은 건조하지만 인상적이다.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며 퇴근하는 버스에 겨우 자리 잡은 피곤한 다나카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중년은 서 있는 노파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한다. 속으로 내키지 않은 채 사회가 강요하는 겸양으로 자리를 억지로 양보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다리를 심하게 절며 정류장에 내려선 다카타를 보는 이들은 혀를 차며 확증 편향된 인지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런 흔하디 흔한 판단과 판결의 심증은 곧 무너지고 만다. 다나카는 몇 걸음 옮겨 걷지 않고 건강한 여느 사람처.. 2020. 2. 9.
[영화리뷰: 백 엔의 사랑 (2014, 100 Yen Love)] 낯설지 않은 서른 두 살의 성장통 일본 어느 작은 마을 도시락 집 큰 딸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말 그대로 루저(Loser) 백수의 표본이다. 작은 도시락 가게이자 집에는 부모님과 얼마 전 이혼하고 돌아온 여동생과 조카와 살고 있다. 32살 전문대 졸업을 한 이치코가 하는 일이라고는 조카와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동네 백 엔 상점에 들려 주전부리나 만화책 등을 사 오는 것이 전부이다. 치주염 치료비까지 밤낮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엄마에게 손 벌리는 큰 딸이 고와 보일 리가 없다. 그러던 중에 여동생과 한바탕 드잡이를 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방을 얻어 독립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애용하던 백 엔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독립생활도 아르바이트도 축 처지다 못해 눅눅한 비닐장판에 쩍 달라붙은 자신의 일상에 활력소를 가져다 주지는 .. 2020. 2. 8.
[영화리뷰: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2014 The Furthest End Awaits)] 기다리다... 커피를 로스티스트인 미사키는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가 해상사고로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된다. 그것도 아버지가 남긴 채무의 상속 통보로 말이다. 미사키는 큰 주저함 없이 아버지의 채무를 승계하고 그가 남긴 바닷가 작은 창고로 찾아 든다. 그 인적 없기로는 둘도 없는 장소에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별명을 딴 '요다카 커피'의 문을 연다. 그 카페의 지척에는 두 아이를 두고 홀로 타지로 일을 나가는 에리코가 살고 있다. 매일 밤, 집 앞에서 아이들은 엄마 에리코를 기다리고, 엄마 에리코는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곁에는 어린 시절 헤어진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는 미사키가 있다. 세상의 끝에서 이들은 기다림의 끝을 보게 될까? 그 끝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T.. 2015.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