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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63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 어쩌면 공들인 위로보다 어설픈 응원이 필요해 가끔은 뜬금없는 응원이 필요할 때가 있다. 힘겹다는 말이 한참 모자랄 정도로 비루한 날이 그런 때다. 누군가 힘겨워할 때 보내는 마음의 작용은 보통 '위로'다. 그 위로라는 것이 주는 어감에 가려 실제 작용하는 실효와 적합의 부조리는 쉽게 양해가 되고 만다. 위로는 받는 자 보다 주는 자가 훨씬 많이 얻어 가곤 한다. 어쩌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위로는 곤란한 처지를 가엽게 여기는 긍휼한 마음, 측은지심이다. 처지에 대한 공감으로 그 곤란함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다독이는 마음이다. 곤경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어루만짐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런 이유에서 위로는 주는 자의 뿌듯함이 일어난다. 받는 사람은 일종의 안도를 받을 수는 있으나,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기에는 온갖 의지의 껑.. 2023. 5. 30.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보고 난 후 질문 - 폭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학폭’이 없는 그저 ‘복수극’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가 파트 후반부까지 공개하며 다시 관심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미진한 완성도나 스토리 텔링의 미진함은 각자의 판단에서 좋고 아쉬움이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트루키, 작화와 연출의 영역으로 한정한다면 솔직히 많이 아쉽다. 김은숙 작가의 번뜩이는 대사들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수채화에 던진 유화 물감처럼 이질감이 튀곤 했다. 특히 타이틀 롤인 송혜교의 연기는 업력으로 보았을 때 한계에서 쥐어 짜낸 것 같아 안쓰러웠다. 자신의 실제 연령에 맞는 역할을 맡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흥행했다. 이전에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듭하며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식자들만이 찬사를 보내는 어렵고 난해한 영.. 2023. 4. 29.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정말 세뇌일까? 당신은 믿을 준비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자석요를 팔아라 199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까지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있었다. 무리하게 중간 복학을 하느니 학기의 시작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생각 반, 등록금과 각종 지출에 대한 걱정 반으로 하루를 아르바이트로 가득 채웠던 때였다. 그때 과외를 7건의 11명을 하고, 성당의 사무보조를 하며, 저녁에는 아는 지인의 ‘투다리’에서 꼬치를 굽고 자리를 정리 청소하며 지내던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 부친이 쓰러진 뒤 남은 집안의 부채와 생활비에 장학금으로 커버가 안 되는 각종 학업 비용을 마련하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때 방법을 찾은 것이 건설 노무였다. 노가다라고 하는 막일을 시작했고, 제대 군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들로 꽤 두툼한 일당을 챙길 수 있었다. 그때 대학 동기에게서 전화.. 2023. 4. 15.
[영화리뷰: 올빼미 (The Night Owl, 2022)] 당신은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 영화 는 ‘역사극’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인조 편에서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아주 간략한 기술을 보고 서사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미스터리 소동극이다. 조선의 왕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 모양이지만, 형편없는 군주로 인조를 뽑는 데에는 반대가 쉽지 않다. 그 정도로 인조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모자라며 나쁜 왕이었다. 그런 인조 시대를 다룬 이야기는 보통 인조 때에 겪었던 조선의 수모인 호란을,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이야기하기 십상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 속의 인조는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으로 나와서 실망하기도 했다. 영화 는 그 후 8년의 일을 다룬다. 후금(청)의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는 시점의 이야기다. 이 시기의 조.. 2023. 3. 31.
[영화리뷰: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흥부가 기가 막혀- 꿈을 꾸는 게 죄인 세상? 영화 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전이자 전래하는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상상의 전제를 달아 생각 깊은 지점을 던져 준다. 흥부전의 모티브가 사실 역모를 꿈꾸는 두 형제의 결이 다른 삶에서 시작하였다는 극적 상상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 된다. 그 극적 상상에서 영화는 ‘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모습을 말한다. 영화가 말하는 꿈에 대해서 자꾸 생각이 들게 했다. 꿈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일상에서 자주 듣고 말하는 단어다. 익숙하고 흔한 말일수록 그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새로운 의미를 줄 때가 있다. 사전을 열어 보았다. 꿈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 2023. 3. 30.
[영화리뷰: 더 원더(2022, The Wonder)] 가장 큰 기적은 '살아 내는 것' 1862년 대기근이 휩쓸고 간 아일랜드 한 마을에는 '기적의 소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개월 동안 아무 음식을 먹지 않은 채,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살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식 소녀 애나(킬라 로드 캐시디)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면서 기적 신앙 관광객들마저 몰려듭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서 작은 마을에 파견됩니다. 여러 의도에 의해, 이 소녀에 대한 관찰과 검증 위원회가 출범되고, 위원회는 크림 전쟁 참전 영국 간호사 리브(플로렌스 휴)를 고용합니다. 그녀의 임무는 2주 동안 환자를 돌보며 건강 상태를 그저 '관찰'하는 것입니다. 전쟁의 경험과 개인사 때문에 신앙보다 이성이 앞선 그녀는 이 사건이 기적인지, 교묘한 사기인지 확인하고만 싶어 집니다. 거.. 2023. 3. 27.
[영화리뷰: 헤어질 결심 (2022, Decision to Leave, 2021)] 마침내.. 결국, 이제야, 기어코... 사랑 박찬욱 감독의 은 일반 관객보다는 평단에서 진동이 더 세게 울렸을 것 같다. 마음의 감동과 감탄의 여진이 진동이 되었을지도, 좋긴 하지만 섣부른 단정이 어려운 단체톡방에 진동이 계속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에 대한 수식 중 가장 흔한 수식이 '영화적인 영화의 진수'라는 수사이다. 영화면 영화지 영화적인 영화란 무엇인가. 식자적 우월감은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그들의 프로필이 뽕을 넣어 주기 마련인가 보다. 나조차 많이 쓰는 표현이니 말이다. 영화적인 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작품 라는 작품이 머리를 스쳤다. 도대체 "영화적인 영화"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영화는 서사의 예술이다. 이야기가 중심을 잡는 문화 예술 표현의 하나가 영화이다. 영화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야기를 .. 2023. 3. 27.
[영화리뷰: 미드소마 (2019, Midsommar)] 낯설은 두려움, 두려운 낯설음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은 인류학과 박사 과정 논문을 준비 중이다. 같은 과정의 조시(윌리엄 잭슨 하퍼)와 남성 우월주의적인 마크(윌 폴터)와 함께 스웨덴 교환 학생인 펠레(빌헤름 블론그렌)의 선조들이 살던 스칸디나비아 외딴곳에 초대되면서 여름휴가 겸 논문 조사 여행을 하게 된다. 엄청난 가족의 비극을 겪고 난 후 상실감에 빠진 여자 친구 대니(플로렌스 퓨)도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들이 방문하는 ‘헬싱글란드(Hälsingland)’에 사는 호르가 사람들은 90년마다 한 번씩 미드소마 축제를 열고 정화 의식을 행하는데, 그 축제의 백미는 축제에 참여한 모든 여성들이 참여하는 '5월의 여왕'을 뽑는 경연이다. 여러 불길한 예감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헬싱그란드 외딴 마을에 찾아든 여섯 친구들은 저마.. 2020. 2. 19.
[영화리뷰: 기생충 (2019, Parasite)] 계획이 다 있어도 피할 수 없는 '삑사리'의 소동극 기택(송강호)은 번번한 사업 및 취업 실패로 백수가 전업이 되어 버린 가장이다. 이렇다 할 직업은커녕 남들 다 가는 대학조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멀리하는 아들 기우(최우식)와 딸 기정(박소담)은 물론, 운동선수 출신 아내 충숙(장혜진)조차 진득이 유지할 일자리를 대기 힘든 전원 백수 가정의 명분만 가득한 가장이다. 살 길이 막막하던 중 쥐구멍에도 볕은 찾아들듯이 아들 기우에게 친구 민혁(박서준)은 솔깃한 제안을 하게 된다. 민혁의 제안으로 부잣집 동익(이선균)의, 집에 과외선생 대타로 찾아들게 되고, 이내 그 인연은 기정의 미술교사 기택의 운전기사, 그리고 충숙의 가사 도우미까지 연쇄 위장 취업에 성공하게 되고, 거짓과 조작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이력과 임기응변에 동익의 두 아이들은 물론 동익의 처 연교.. 2020. 2. 10.
[영화리뷰: 레토(2018, Leto)] 짧은 여름날의 뜨거운 노래; 곧 여름이 끝나 간다. 우리의 이번 여름이 ‘러시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제법 안다고 들먹거린다. 똘스또이와 도스또옙스끼로 대변되는 고전 문학의 나라이며, 차이꼽스끼와 발쇼이 발레단으로 어림잡아 예술의 본향이라 말한다. 요즘 들어서는 트럼프와 맞짱 뜨는 호기만 가득한 푸틴의 나라이며, 동계 올림픽에 금지약물 복용으로 시끄러웠던 무언가 불편 가득한 나라로 인식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산과 인천 등지에서 ‘춤을 추어’ 돈을 버는 8등신 미녀들을 떠 올리거나, 가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해결사 조폭들이 생각나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몸집만 거대하고 실효 없는 거들먹만 가득한 이빨 빠진 호랑이, 발톱 빠진 곰 마냥 한물간 세력의 대명사로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레닌과 뜨로츠끼 등의 인류 역사상 가.. 2020. 2. 9.
[영화리뷰: 우행록(愚行錄): 어리석은 자의 기록 (2016, Traces of Sin)] 병폐적 사회와 우매한 인간의 이중창 케빈 스페이시의 가 떠오른다. 영화 의 첫 장면은 의례 주입된 인지와 경험의 틀을 주춤 없이 깨버린다. 가십거리와 풍문 취재를 주로 하는 황색 잡지 기자 다나카(츠마부시 사토시)의 등장은 건조하지만 인상적이다.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며 퇴근하는 버스에 겨우 자리 잡은 피곤한 다나카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중년은 서 있는 노파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한다. 속으로 내키지 않은 채 사회가 강요하는 겸양으로 자리를 억지로 양보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다리를 심하게 절며 정류장에 내려선 다카타를 보는 이들은 혀를 차며 확증 편향된 인지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런 흔하디 흔한 판단과 판결의 심증은 곧 무너지고 만다. 다나카는 몇 걸음 옮겨 걷지 않고 건강한 여느 사람처.. 2020. 2. 9.
[영화리뷰: 폴라(2019, Polar)] 위험한 은퇴자의 선택; 시대와 공명하는 그래픽 노블 원작의 '센' 영화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최고의 암살자 던컨 비즐라(매즈 미켈슨: a.k.a 블랙 카이저)는 50세가 되기까지 14일을 남기고 은퇴를 준비한다. 대부분 은퇴자들의 노후 계획을 설계하듯, 회계사를 찾아 재무상담과 8백만 달러가 넘는 퇴직연금의 지급 일정을 확인한다. 그를 고용한 다모클레스의 수장 블럿(맷 루카스)은 그에게 마지막 임무가 될 벨라루스에서의 암살 미션 수행을 주문한다. 자신과 같이 은퇴시점을 앞둔 킬러들이 잇달아 죽음을 당한 사고에서부터 이상한 낌새를 챈 던컨은 예상된 일정을 앞당기며 벨라루스에서의 위기를 넘기게 되고 아무도 찾기 힘든 곳으로 잠적을 한다.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몬태나의 시골 마을에 숨어든 던컨은 매일 밤 그가 잘 못된 정보로 죽인 일가족에 대한 악몽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 2020.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