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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읽기5

네 걱정에 기쁨을 섞어라 - 돈키호테, 만우절, 그리고 생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이다.’ -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중에서 - 대답이란 틀에 박혀 버린 뻔한 것이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 개념, 이론, 정의, 정리, 철학, 미학 등은 대답에서 나온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이 잉태한 결과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 일은 두렵다. 보통 ‘건너가는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우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주춤거리기 일쑤다. 그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을 열 걸음으로 만드는 일은 사뭇 거룩하다. 이 걸음을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스페인 문학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 2023. 4. 2.
만우절(萬愚節): 고립(孤立)과 격리(隔離) 사이 그 어디 쯤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창세기 8.21 1. 방황을 넘어 선, 온갖 악한 인간 모습에 하느님의 노여움은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망가진 세상을 큰 홍수로 깨끗이 쓸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노라 결심한 하느님은 노아에게 큰 방주를 만들도록 하십니다. 세상의 온갖 짐승의 암수 한 쌍씩과 나무와 꽃과 풀의 어린싹과 씨앗을 배에 싣도록 하시고는, 40일 동안 어마 어마한 큰 비를 쏟아부으십니다. 이세 상은 그렇게 큰 물에 잠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2012년에 개봉한 ‘2012’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묘사된 쓰나미를 떠 올리자면, 하늘의 노여움은 그렇게 커다랗고 좀처럼 누르기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40.. 2020. 4. 1.
수다 (2011) 아주머니들의 수다의 몰입이란 때론 대단하다. 병원과 지하철을 오가는 셔틀버스 안이었다. 막내 이모뻘 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좌석에 엉덩이 붙이기 전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 내용에 특별함이 있겠냐마는 매번 등장인물만 바뀌는 남편 흉보시고, 취직 안되는 아들 욕하시고, 친구아들, 친구남편 자랑이야기에 한창이셨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고?" "그런데?" "알았다. 고마 끊으라." 재잘거리듯 통통 튀는 생기발랄한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고, 학창시절 통지표 받은날 어무니 목소리처럼 냉냉하고 꺼칠거렸다. 주어도 목적어도 등장하지 않는 대화라 알 수는 없지만, 추측컨데 오랫동안 돈 안 갚는 친구이거나 실업급여로 연명하는 남편이거나 혹은 아직도 캥거루 마냥 손벌리는 예비역 장남녀석이였을 것이다.. 2015. 9. 6.
난 아프다 (2011.5.11) 2011년 이야기.. 참 더 늘었네. 경계성 종양. 강직성 척추염 중증. ================================= 어릴적 자격지심의 연장선일런지 모르겠지만 '아프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약하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과 수년전 까지말이다. 그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두가지의 치기어린 단정이 있었다. 하나는 나는 절대 육신의 아픔으로 고통받거나 나의 일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고, 두번째는 나는 절대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못말리는 공명감이었다. 왜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언하고 싶어 졌다. 난 아프다. 병원에서 확진하였듯이 몸댕이는 아프다. 난 아프다. 밀려오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발산 .. 2015. 9. 6.
아버지의 변기 (2011) 아버지의 변기에는 미안함의 부스레기가 둥둥 떠있다 가라 앉지도 못할 만큼 무겁지도 않은 미안함에 아들은 화장실에 들고 날 때 마다 눌길도 없이 물을 내린다 쳐다 보지도 못할 만큼 답답함에 그리고 죄송함에 2015.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