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79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 어쩌면 공들인 위로보다 어설픈 응원이 필요해 가끔은 뜬금없는 응원이 필요할 때가 있다. 힘겹다는 말이 한참 모자랄 정도로 비루한 날이 그런 때다. 누군가 힘겨워할 때 보내는 마음의 작용은 보통 '위로'다. 그 위로라는 것이 주는 어감에 가려 실제 작용하는 실효와 적합의 부조리는 쉽게 양해가 되고 만다. 위로는 받는 자 보다 주는 자가 훨씬 많이 얻어 가곤 한다. 어쩌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위로는 곤란한 처지를 가엽게 여기는 긍휼한 마음, 측은지심이다. 처지에 대한 공감으로 그 곤란함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다독이는 마음이다. 곤경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어루만짐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런 이유에서 위로는 주는 자의 뿌듯함이 일어난다. 받는 사람은 일종의 안도를 받을 수는 있으나,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기에는 온갖 의지의 껑.. 2023. 5. 30.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보고 난 후 질문 - 폭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학폭’이 없는 그저 ‘복수극’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가 파트 후반부까지 공개하며 다시 관심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미진한 완성도나 스토리 텔링의 미진함은 각자의 판단에서 좋고 아쉬움이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트루키, 작화와 연출의 영역으로 한정한다면 솔직히 많이 아쉽다. 김은숙 작가의 번뜩이는 대사들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수채화에 던진 유화 물감처럼 이질감이 튀곤 했다. 특히 타이틀 롤인 송혜교의 연기는 업력으로 보았을 때 한계에서 쥐어 짜낸 것 같아 안쓰러웠다. 자신의 실제 연령에 맞는 역할을 맡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흥행했다. 이전에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듭하며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식자들만이 찬사를 보내는 어렵고 난해한 영.. 2023. 4. 29.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정말 세뇌일까? 당신은 믿을 준비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자석요를 팔아라 199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까지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있었다. 무리하게 중간 복학을 하느니 학기의 시작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생각 반, 등록금과 각종 지출에 대한 걱정 반으로 하루를 아르바이트로 가득 채웠던 때였다. 그때 과외를 7건의 11명을 하고, 성당의 사무보조를 하며, 저녁에는 아는 지인의 ‘투다리’에서 꼬치를 굽고 자리를 정리 청소하며 지내던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 부친이 쓰러진 뒤 남은 집안의 부채와 생활비에 장학금으로 커버가 안 되는 각종 학업 비용을 마련하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때 방법을 찾은 것이 건설 노무였다. 노가다라고 하는 막일을 시작했고, 제대 군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들로 꽤 두툼한 일당을 챙길 수 있었다. 그때 대학 동기에게서 전화.. 2023. 4. 15.
4.3 기억일 - 영화 <지슬>,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 1948년 11월, 제주 섬사람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디서부터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산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은 곧 돌아갈 생각으로 따뜻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장가갈 걱정,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 등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데. 이들은 다시 버겁지만, 소소한 일상이 있는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 영화에 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13년 개봉된 영화 이다. 한국 독립영화로 '제주 4.3 희생자'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통산 14만 이상의 관객을 얻어, , , , 그리고 외화 를 포함, 독립영화 1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제주 현지인들.. 2023. 4. 3.
네 걱정에 기쁨을 섞어라 - 돈키호테, 만우절, 그리고 생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이다.’ -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중에서 - 대답이란 틀에 박혀 버린 뻔한 것이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 개념, 이론, 정의, 정리, 철학, 미학 등은 대답에서 나온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이 잉태한 결과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 일은 두렵다. 보통 ‘건너가는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우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주춤거리기 일쑤다. 그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을 열 걸음으로 만드는 일은 사뭇 거룩하다. 이 걸음을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스페인 문학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 2023. 4. 2.
[영화리뷰: 올빼미 (The Night Owl, 2022)] 당신은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 영화 는 ‘역사극’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인조 편에서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아주 간략한 기술을 보고 서사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미스터리 소동극이다. 조선의 왕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 모양이지만, 형편없는 군주로 인조를 뽑는 데에는 반대가 쉽지 않다. 그 정도로 인조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모자라며 나쁜 왕이었다. 그런 인조 시대를 다룬 이야기는 보통 인조 때에 겪었던 조선의 수모인 호란을,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이야기하기 십상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 속의 인조는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으로 나와서 실망하기도 했다. 영화 는 그 후 8년의 일을 다룬다. 후금(청)의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는 시점의 이야기다. 이 시기의 조.. 2023. 3. 31.
[영화리뷰: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흥부가 기가 막혀- 꿈을 꾸는 게 죄인 세상? 영화 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전이자 전래하는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상상의 전제를 달아 생각 깊은 지점을 던져 준다. 흥부전의 모티브가 사실 역모를 꿈꾸는 두 형제의 결이 다른 삶에서 시작하였다는 극적 상상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 된다. 그 극적 상상에서 영화는 ‘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모습을 말한다. 영화가 말하는 꿈에 대해서 자꾸 생각이 들게 했다. 꿈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일상에서 자주 듣고 말하는 단어다. 익숙하고 흔한 말일수록 그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새로운 의미를 줄 때가 있다. 사전을 열어 보았다. 꿈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 2023. 3. 30.
[영화리뷰: 더 원더(2022, The Wonder)] 가장 큰 기적은 '살아 내는 것' 1862년 대기근이 휩쓸고 간 아일랜드 한 마을에는 '기적의 소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개월 동안 아무 음식을 먹지 않은 채,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살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식 소녀 애나(킬라 로드 캐시디)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면서 기적 신앙 관광객들마저 몰려듭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서 작은 마을에 파견됩니다. 여러 의도에 의해, 이 소녀에 대한 관찰과 검증 위원회가 출범되고, 위원회는 크림 전쟁 참전 영국 간호사 리브(플로렌스 휴)를 고용합니다. 그녀의 임무는 2주 동안 환자를 돌보며 건강 상태를 그저 '관찰'하는 것입니다. 전쟁의 경험과 개인사 때문에 신앙보다 이성이 앞선 그녀는 이 사건이 기적인지, 교묘한 사기인지 확인하고만 싶어 집니다. 거.. 2023. 3. 27.
[영화리뷰: 헤어질 결심 (2022, Decision to Leave, 2021)] 마침내.. 결국, 이제야, 기어코... 사랑 박찬욱 감독의 은 일반 관객보다는 평단에서 진동이 더 세게 울렸을 것 같다. 마음의 감동과 감탄의 여진이 진동이 되었을지도, 좋긴 하지만 섣부른 단정이 어려운 단체톡방에 진동이 계속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에 대한 수식 중 가장 흔한 수식이 '영화적인 영화의 진수'라는 수사이다. 영화면 영화지 영화적인 영화란 무엇인가. 식자적 우월감은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그들의 프로필이 뽕을 넣어 주기 마련인가 보다. 나조차 많이 쓰는 표현이니 말이다. 영화적인 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작품 라는 작품이 머리를 스쳤다. 도대체 "영화적인 영화"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영화는 서사의 예술이다. 이야기가 중심을 잡는 문화 예술 표현의 하나가 영화이다. 영화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야기를 .. 2023. 3. 27.
만우절(萬愚節): 고립(孤立)과 격리(隔離) 사이 그 어디 쯤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창세기 8.21 1. 방황을 넘어 선, 온갖 악한 인간 모습에 하느님의 노여움은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망가진 세상을 큰 홍수로 깨끗이 쓸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노라 결심한 하느님은 노아에게 큰 방주를 만들도록 하십니다. 세상의 온갖 짐승의 암수 한 쌍씩과 나무와 꽃과 풀의 어린싹과 씨앗을 배에 싣도록 하시고는, 40일 동안 어마 어마한 큰 비를 쏟아부으십니다. 이세 상은 그렇게 큰 물에 잠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2012년에 개봉한 ‘2012’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묘사된 쓰나미를 떠 올리자면, 하늘의 노여움은 그렇게 커다랗고 좀처럼 누르기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40.. 2020. 4. 1.
[영화리뷰: 미드소마 (2019, Midsommar)] 낯설은 두려움, 두려운 낯설음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은 인류학과 박사 과정 논문을 준비 중이다. 같은 과정의 조시(윌리엄 잭슨 하퍼)와 남성 우월주의적인 마크(윌 폴터)와 함께 스웨덴 교환 학생인 펠레(빌헤름 블론그렌)의 선조들이 살던 스칸디나비아 외딴곳에 초대되면서 여름휴가 겸 논문 조사 여행을 하게 된다. 엄청난 가족의 비극을 겪고 난 후 상실감에 빠진 여자 친구 대니(플로렌스 퓨)도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들이 방문하는 ‘헬싱글란드(Hälsingland)’에 사는 호르가 사람들은 90년마다 한 번씩 미드소마 축제를 열고 정화 의식을 행하는데, 그 축제의 백미는 축제에 참여한 모든 여성들이 참여하는 '5월의 여왕'을 뽑는 경연이다. 여러 불길한 예감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헬싱그란드 외딴 마을에 찾아든 여섯 친구들은 저마.. 2020. 2. 19.
[적당히 편파적인 야구리뷰;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 “감독이란 자리는 그저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야구 전문기자 출신 레너드 코페드의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에 담긴 명언이다. 오늘은 야구감독에 대해 짧은 생각을 끄적여 본다. 일본 스포츠 소설 [야구감독(에비사와 야스히사)]은 야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겐 빠져들 정도로 생생한 리얼리티를 묘사하고 있다. 소설 속 엔젤스 구단은 감독인 히로오까 타쓰로가 오기 전까지는 오합지졸에 더해 패배주의까지 흠뻑 젖어있었다. 그런 구단이 히로오까 감독의 부임 이후 엔젤스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들은 마법처럼 승승장구를 한다. 하지만 다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면서 다시 예전의 늘 지는 것이 습관인 구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위기를 벗어나 다시 반등을 하게 된다. 감독이 .. 2020.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