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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4

[영화리뷰: 레토(2018, Leto)] 짧은 여름날의 뜨거운 노래; 곧 여름이 끝나 간다. 우리의 이번 여름이 ‘러시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제법 안다고 들먹거린다. 똘스또이와 도스또옙스끼로 대변되는 고전 문학의 나라이며, 차이꼽스끼와 발쇼이 발레단으로 어림잡아 예술의 본향이라 말한다. 요즘 들어서는 트럼프와 맞짱 뜨는 호기만 가득한 푸틴의 나라이며, 동계 올림픽에 금지약물 복용으로 시끄러웠던 무언가 불편 가득한 나라로 인식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산과 인천 등지에서 ‘춤을 추어’ 돈을 버는 8등신 미녀들을 떠 올리거나, 가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해결사 조폭들이 생각나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몸집만 거대하고 실효 없는 거들먹만 가득한 이빨 빠진 호랑이, 발톱 빠진 곰 마냥 한물간 세력의 대명사로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레닌과 뜨로츠끼 등의 인류 역사상 가.. 2020. 2. 9.
[영화리뷰: 우행록(愚行錄): 어리석은 자의 기록 (2016, Traces of Sin)] 병폐적 사회와 우매한 인간의 이중창 케빈 스페이시의 가 떠오른다. 영화 의 첫 장면은 의례 주입된 인지와 경험의 틀을 주춤 없이 깨버린다. 가십거리와 풍문 취재를 주로 하는 황색 잡지 기자 다나카(츠마부시 사토시)의 등장은 건조하지만 인상적이다.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며 퇴근하는 버스에 겨우 자리 잡은 피곤한 다나카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중년은 서 있는 노파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한다. 속으로 내키지 않은 채 사회가 강요하는 겸양으로 자리를 억지로 양보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다리를 심하게 절며 정류장에 내려선 다카타를 보는 이들은 혀를 차며 확증 편향된 인지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런 흔하디 흔한 판단과 판결의 심증은 곧 무너지고 만다. 다나카는 몇 걸음 옮겨 걷지 않고 건강한 여느 사람처.. 2020. 2. 9.
[영화리뷰: 필름스타 인 리버풀 (2017, Film Star Don't Die in Liverpool)] 첫사랑, 그리고 끝사랑; 꿈을 꾸었다 말해요 왕년의 은막스타였던 글로리아 그레이엄(아네트 베닝)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의 무대에 올라가던 직전 쓰러지고 만다. 그녀는 리버풀에 있는 29살이나 어린 옛 연인 피터 터너(제이미 벨)에게 연락을 한다. 피터는 말기 유방암으로 이미 손쓰기 어려운 지경이 된 글로리아를 집으로 들여 보살피고자 한다. 지속되는 통증을 달래기 위해 글로리아의 등을 쓸어 주던 피터는 그녀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지난날을 떠 올려 본다. 나이의 차이만큼 달라도 달랐던 둘의 비범한 사랑은 처음 만난 리버풀에서 로스앤젤레스, 뉴욕으로 이어지며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의 시간을 보냈었다. 남다르게 뜨거웠던 사랑에도 불구하고 둘은 함께하기 어려움을 발견하고 누구나 그렇고 그런 식의 이별을 하게 되었다. 운명이든 삶에 대한 증명이든 그들은 결국.. 2020. 2. 9.
[영화리뷰: 사랑에 미치다(2015,Touched with fire)] 빛나는 '광기'의 랩소디, 사랑... 그놈...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시를 쓰며 살고 있는 등단 시인 카를라(케이티 홈즈)는 어느 날 갑자기 지워진 과거의 기억을 찾고 싶어 진다. 부모님 집에 들러 예전 사진을 들추어도 옛 기억들은 온 데 간데없듯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심한 조울증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있어 병이 오기 전의 기억들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치료를 받은 병원에 들러 의료기록을 보기로 한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 엉겁결에 조울증 클리닉에 입원당하게 되고 만다. 답답한 심정으로 낙담하고 있던 그녀는 울며 겨자먹기로 집단치료 시간에 참여하고, 그 안에서 시(랩)을쓰며 살아간다는 ‘루나’라는 필명의 마르코(루크 커비)를 만나게 된다. 그와 시간을 보내면서 동질감과 공통점을 느끼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둘은..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