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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 어쩌면 공들인 위로보다 어설픈 응원이 필요해
가끔은 뜬금없는 응원이 필요할 때가 있다. 힘겹다는 말이 한참 모자랄 정도로 비루한 날이 그런 때다. 누군가 힘겨워할 때 보내는 마음의 작용은 보통 '위로'다. 그 위로라는 것이 주는 어감에 가려 실제 작용하는 실효와 적합의 부조리는 쉽게 양해가 되고 만다. 위로는 받는 자 보다 주는 자가 훨씬 많이 얻어 가곤 한다. 어쩌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위로는 곤란한 처지를 가엽게 여기는 긍휼한 마음, 측은지심이다. 처지에 대한 공감으로 그 곤란함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다독이는 마음이다. 곤경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어루만짐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런 이유에서 위로는 주는 자의 뿌듯함이 일어난다. 받는 사람은 일종의 안도를 받을 수는 있으나,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기에는 온갖 의지의 껑..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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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보고 난 후 질문 - 폭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학폭’이 없는 그저 ‘복수극’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가 파트 후반부까지 공개하며 다시 관심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미진한 완성도나 스토리 텔링의 미진함은 각자의 판단에서 좋고 아쉬움이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트루키, 작화와 연출의 영역으로 한정한다면 솔직히 많이 아쉽다. 김은숙 작가의 번뜩이는 대사들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수채화에 던진 유화 물감처럼 이질감이 튀곤 했다. 특히 타이틀 롤인 송혜교의 연기는 업력으로 보았을 때 한계에서 쥐어 짜낸 것 같아 안쓰러웠다. 자신의 실제 연령에 맞는 역할을 맡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흥행했다. 이전에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듭하며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식자들만이 찬사를 보내는 어렵고 난해한 영..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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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정말 세뇌일까? 당신은 믿을 준비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자석요를 팔아라 199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까지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있었다. 무리하게 중간 복학을 하느니 학기의 시작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생각 반, 등록금과 각종 지출에 대한 걱정 반으로 하루를 아르바이트로 가득 채웠던 때였다. 그때 과외를 7건의 11명을 하고, 성당의 사무보조를 하며, 저녁에는 아는 지인의 ‘투다리’에서 꼬치를 굽고 자리를 정리 청소하며 지내던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 부친이 쓰러진 뒤 남은 집안의 부채와 생활비에 장학금으로 커버가 안 되는 각종 학업 비용을 마련하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때 방법을 찾은 것이 건설 노무였다. 노가다라고 하는 막일을 시작했고, 제대 군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들로 꽤 두툼한 일당을 챙길 수 있었다. 그때 대학 동기에게서 전화..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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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억일 - 영화 <지슬>,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
1948년 11월, 제주 섬사람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디서부터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산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은 곧 돌아갈 생각으로 따뜻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장가갈 걱정,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 등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데. 이들은 다시 버겁지만, 소소한 일상이 있는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 영화에 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13년 개봉된 영화 이다. 한국 독립영화로 '제주 4.3 희생자'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통산 14만 이상의 관객을 얻어, , , , 그리고 외화 를 포함, 독립영화 1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제주 현지인들..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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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걱정에 기쁨을 섞어라 - 돈키호테, 만우절, 그리고 생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이다.’ -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중에서 - 대답이란 틀에 박혀 버린 뻔한 것이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 개념, 이론, 정의, 정리, 철학, 미학 등은 대답에서 나온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이 잉태한 결과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 일은 두렵다. 보통 ‘건너가는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우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주춤거리기 일쑤다. 그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을 열 걸음으로 만드는 일은 사뭇 거룩하다. 이 걸음을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스페인 문학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
20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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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걱정에 기쁨을 섞어라 - 돈키호테, 만우절, 그리고 생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이다.’ -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중에서 - 대답이란 틀에 박혀 버린 뻔한 것이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 개념, 이론, 정의, 정리, 철학, 미학 등은 대답에서 나온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이 잉태한 결과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 일은 두렵다. 보통 ‘건너가는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우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주춤거리기 일쑤다. 그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을 열 걸음으로 만드는 일은 사뭇 거룩하다. 이 걸음을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스페인 문학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
20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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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萬愚節): 고립(孤立)과 격리(隔離) 사이 그 어디 쯤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창세기 8.21 1. 방황을 넘어 선, 온갖 악한 인간 모습에 하느님의 노여움은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망가진 세상을 큰 홍수로 깨끗이 쓸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노라 결심한 하느님은 노아에게 큰 방주를 만들도록 하십니다. 세상의 온갖 짐승의 암수 한 쌍씩과 나무와 꽃과 풀의 어린싹과 씨앗을 배에 싣도록 하시고는, 40일 동안 어마 어마한 큰 비를 쏟아부으십니다. 이세 상은 그렇게 큰 물에 잠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2012년에 개봉한 ‘2012’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묘사된 쓰나미를 떠 올리자면, 하늘의 노여움은 그렇게 커다랗고 좀처럼 누르기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40..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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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2011)
아주머니들의 수다의 몰입이란 때론 대단하다. 병원과 지하철을 오가는 셔틀버스 안이었다. 막내 이모뻘 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좌석에 엉덩이 붙이기 전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 내용에 특별함이 있겠냐마는 매번 등장인물만 바뀌는 남편 흉보시고, 취직 안되는 아들 욕하시고, 친구아들, 친구남편 자랑이야기에 한창이셨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고?" "그런데?" "알았다. 고마 끊으라." 재잘거리듯 통통 튀는 생기발랄한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고, 학창시절 통지표 받은날 어무니 목소리처럼 냉냉하고 꺼칠거렸다. 주어도 목적어도 등장하지 않는 대화라 알 수는 없지만, 추측컨데 오랫동안 돈 안 갚는 친구이거나 실업급여로 연명하는 남편이거나 혹은 아직도 캥거루 마냥 손벌리는 예비역 장남녀석이였을 것이다..
20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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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다 (2011.5.11)
2011년 이야기.. 참 더 늘었네. 경계성 종양. 강직성 척추염 중증. ================================= 어릴적 자격지심의 연장선일런지 모르겠지만 '아프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약하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과 수년전 까지말이다. 그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두가지의 치기어린 단정이 있었다. 하나는 나는 절대 육신의 아픔으로 고통받거나 나의 일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고, 두번째는 나는 절대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못말리는 공명감이었다. 왜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언하고 싶어 졌다. 난 아프다. 병원에서 확진하였듯이 몸댕이는 아프다. 난 아프다. 밀려오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발산 ..
20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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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변기 (2011)
아버지의 변기에는 미안함의 부스레기가 둥둥 떠있다 가라 앉지도 못할 만큼 무겁지도 않은 미안함에 아들은 화장실에 들고 날 때 마다 눌길도 없이 물을 내린다 쳐다 보지도 못할 만큼 답답함에 그리고 죄송함에
201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