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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읽기

[적당히 편파적인 야구리뷰; 심성 라이온즈] 아재 팬에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의미

by 박 스테72 2020. 2. 13.

 

 

꽃이 필 때 만나서 낙엽 질 때 헤어지는... 야구의 시간이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처럼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도 사실 모든 스포츠를 좋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야구가 아닐까 싶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경기를 지켜보며, 가장 많은 기사를 찾아보는 스포츠, 아니 영화와 더불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영역 중 도드라진 것이 '야구'에 대한 관심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초등학생 시절부터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다. 지역 연고제를 내세운 프로야구의 구단 선택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경북 상주 출신의 매우 보수적인 조선일보 애독자이던 부친은 삼성이 아니면 어린이 야구팬 등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도 컸지만 사실 당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 영결의 '헐크 이만수’였기에 주저 없었다. 회현동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서 어린이 회원 가입하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서고, 그 인내의 열매로 파란 점퍼와 야구모를 받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4년 동안 리빌딩으로 허덕이던 나의 야구단이 올해는 반등의 기미가 보여 한껏 기대를 품어 본다.

야구를 왜 좋아 하냐는 질문에는 늘 그럴싸하게 대답하곤 한다. 확률과 통계로 ‘예측’이 가능한 스포츠라고 기업환경이나 실제 사회에서 접목할 부분이 많고 소소하게 인생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며 젠 체하며 말이다. 그런데 야구는 그런 멋들어진 그럴싸함 이외에도 나를 끌리게 하는 이유는 ‘사람 중심’의 구기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2 삼성라이온즈 우승

 

야구는 ‘사람’에 의해 득점이 된다.
축구, 농구, 골프 등 goal이 있는 종목은 물론 배구, 테니스, 탁구 등의 네트 운동도 ‘공’에 의해 득점이 된다.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공보다 먼저 들어와야 이기는 게임이 된다. 그 들어오는 곳의 이름도 ‘Home’이다. 공이나 목적물을 상대에 폭탄 던지듯 내 던지고 차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 집으로 들어와야 게임을 이기게 되는 종목이다. 그래서 홈을 찍고 선수 대기 벤치인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격하게 반기는 스포츠가 야구이다.

야구는 운동장에서 평등하다.
야구장에서 감독이나 코치도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배번을 달고 선수들과 벤치에 앉아 게임에 임한다. 야구의 심판은 ‘엄파이어(umpire)’라고 부르는 것도 눈에 띈다. 보통 저지(judge)는 ‘점수를 매기는’ 활동을 하는 심판이다. 채점을 하거나 점수로 평가를 하는 절대 권위가 부여된다. 축구나 권투의 레퍼리(referee)는 점수를 평가하지는 않지만 게임에 적극 개입한다. 권한으로 게임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우선권이나 핸디캡을 부여하기도 한다. 반면 엄파이어(umpire)는 정해진 자리에서 ‘판독’만 한다. 야구의 심판은 촘촘히 짜인 규칙에 의거하여 ‘판독’을 하게 된다. 그 이상의 권위는 없다. 이렇듯 야구는 운동장 안에서 평등하다.

야구는 일상의 평균에 수렴한다.
야구가 타 스포츠와 또 다른 점은 연중 가장 많은 게임을 한다. 그래서 결과가 나름 평준되어 있다. 1등은 6할의 승률이면 되고 꼴등이라도 4할의 승률을 얻는다. 극심한 양극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게임이 일상처럼 벌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야구는 참 ‘일상적’이다. 고만 고만함 일상이 어느 때는 주목받는 화려한 날이 되고, 어떤 날은 침울한 고민의 날이 되는 그런 날이다. 키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공이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자신만의 강점으로 정면승부가 가능한 것이 야구이다.

'야구는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이말은 메이저리그의 투수였던 R.A 디키의 말이다. 작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며, ‘후회의 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실패와 실수를 대하는 태도는 ‘후회’로 남을 것인지, ‘반성’으로 승화될 것인지로 나뉘게 된다. 그래서 후회의 관리는 필요한 것이다. 그 후회를 관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따끔하다. 누군가는 ‘잊어버리라’는 말도 안 되는 해법을 제시하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자기 의지로 제어하기 힘든 영역이기에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 후회되는 일을 되도록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냉정하게 그 상황을 객관화해야 한다. 그래서 답을 얻어야 한다. "그때 그랬더라면, 아니었다면"의 오답 투성이의 후회가 아니라, "다음엔 달리 하리라, 바로 하리라"의 정답을 품은 반성으로 말이다.

봄이 담벼락 모퉁이에 돌아 오는 듯하여, 올해도 야구를 매일 보겠다는 핑계가 길어졌다.
올해도 나는 82년 원년 부터 한 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할 것이다. 기뻐하고 답답해하고 뿌듯해하고 후회할 것이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듯 말이다.

 

야구는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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