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2010)
The American
- 감독
- 안톤 코르빈
- 출연
- 조지 클루니, 바이오랜트 플라치도, 파올로 보나첼리, 데클라 루튼, 이리나 비에르크룬드
- 정보
- 범죄, 스릴러 | 미국 | 104 분 | 2010-12-29
낯설게 하기 : 외로움의 극대화
'잭(조지 클루니)은 노련하다 못해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암살요원이자 무기제작자이다. 스웨덴에서 망중한을 보내던 중 뜻하지 않은 사건에 한적한 이탈리아 마을로 몸을 숨긴다. 그곳에서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 나가던 중, 미스테리한 의뢰인 마틸다에게 주문생산 무기를 제작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잭은 이 임무를 끝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가려 하지만... 점점 자신을 옥죄어 오는 감시의 눈길과 죽음의 위험이 느끼게 된다. 본능적으로 위험에 맡서 다시 시작될 행복한 일상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영화 아메리칸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어요. 집에 IPTV를 설치한 이후 극장에 자주 가지 못하는 대신 전성기 지난 영화들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요. 아메리칸은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조지 클루니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보게 되었어요. 매력있는 배우이자 개념있는 제작자인 조지 클루니에게 관심을 둔 것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요즘 그의 필모를 보고 있으면 선호에서 존중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아메리칸을 보면서 세계영화사에 있는 두 명화를 떠 올리게 되었지요. 그 중 하나는 프랑스 국민배우 장가방(Jean Garvin)과 알랭드롱(Alan De Long)의 시실리안(Le Clan Des Siciliens 1969)이고 다른 하나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명사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의 황야의 무법자(Per un pugnodi dollan 1964)였지요. 영화 속에서 그들의 오마쥬를 찾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너무 오래된 영화라 찾아 보기 힘들지만, 예전의 기억을 떠 올리자면 장가방/알랭드롱의 시실리안의 분위기는 흡사 아메리칸의 그것과 닮아 있지요. 시니컬하고 음산한 중년의 인물, 갱과 조직이 등장하고 무대는 이탈리아의 보수적인 마을,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로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 가는 화법,, 예전의 장가방을 지금의 조지 클루니에게서 본다고 해도 그리 과장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갱스터와 킬러가 난무하는 요즘 헐리우드 영화에서 예전 프렌치 느와르를 투영한다는 복고적이지만 신선한 일임에 틀림 없을 것이에요.
황야의 무법자는 영화의 한장면에 잠깐 등장하지요. 영화 속 잭(조지 클루니)이 일과 처럼 들리는 카페(Cafe Del Monte)가 있어요. 어느날 저녁에 그 카페의 TV에서 낯익은 영화가 나오고 있었지요. 주인이 말하지요. "아메리칸 필름!". 아메리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잭에게 미국영화라며 권하는 주인의 손끝 낡은 컬러티브이에 황야의 무법자 클라이막스가 걸려 있었어요. 사실 황야의 무법자는 이탈리아 영화가 만든 미국서부극이지요.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 까지 유행한 이중국적의 장르영화이지요.
이 오래된 두 영화를 떠올리면서 영화 아메리칸이 말하고 있는 잔잔한 이야기를 조금 듣고 이해할 수는 있었어요. 그것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외로움 낯설음에 대한 병증이었으며, 그 낯설음은 스스로 만든 부스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지루함이 있지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활짝 웃는 사람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외로움에 빠져 있지요. 특히 주인공인 잭은 한마디로 외로운 이방인으로 설정되어 있지요. 잭은 이탈리아 땅에 숨어 지내는 미국인이라는 이방인의 외롬움도 크지만, 일상에서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 안에서의 외로움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외로움은 언급한 프렌치 느와르의 전형적인 분위기이고, 그 안의 외로운 남성의 고뇌는 영화를 풀어 가는 화법이기도 했지요. 킬러라는 직업으로 인한 외로움과 조직의 임무에 대한 번민도 다분히 예전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네요. 어찌 되었든 아메리칸을 보면서 장가방과 알랭드롱을 떠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노력일 것 같네요.
이방인에 대한 것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의미와 중첩된다고 보여 지네요. 이방인이 가장 미국적인 영화 소재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낯설음 그자체라 할 수 있겠네요. 짧은 장면과 배경이 이탈리아라는 것 이외에도 세르지오 레오네를 떠올리는 것은 그가 남긴 영화들로 확장하면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황야의 무법자로 대표되는 <달라스 3부작>이후 세르지오는 <Once Upon a Time In... 3부작>으로 그의 필모의 정점을 찍게 되지요. 그중에서 완결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Once Upon a Time in America'였어요. 이는 미국에 있는 이탈리아 이민의 이방인으로서의 낯설음을 극복하는 어른들의 성장영화였지요. 재미있게도 안톤 코르빈은 세르지오의 영화를 역설적으로 반사하고 있지요. 배경을 미국에서 이탈리아로 인물을 이탈리아이민에서 미국인 이방인으로 말이지요. 영화적 서술도 미국적 갱스터 영화의 교본처럼 보이는 세르지오의 방식보다는 프렌치 느와르처럼 하고 있는 것도 매우 낯설음의 재미였던 것 같아요. 더우기 감독인 안톤 코르빈은 네덜란드 태생이라고 하네요.
영화는 외로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외로움에는 그 양상과 정도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는 것 같네요. 그중에서 가장 힘든 외로움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외로움이 아닐까 하네요. 이방인은 사연을 접고 서라도 본인의 의지로 타지에 정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방인이 외로운 이유는 스스로 벽을 만들어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개인의 비밀이든 성격상의 이유이든지 문제되지 않지요. 스스로 만든 외로움을 깨는 방법은 스스로 구석에서 나와 일상에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방이라 생각하네요. 영화의 결말은 시원하지 않지만 잭(조지 클루니)이 스스로의 벽을 깨려고 준비하고 노력한 것으로 그의 마지막은 절대 외롭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너무나 잔잔하고 고루함에 재미없다는 분들의 평도 있지만, 오래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언급한 두가지 영화를 발견한다는 자체만으로 재미가 더해 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P.S. :
1. 영화 속 한장면인 카페 속의 황야의 무법자에서 나오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듣고 장가방의 시실리안을 떠올렸네요.
2. 요즘 Review라는 것들을 보노라면, 의도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벼운 잡담의 행진인 것 같았어요. 사실 저도 진지하고 무거운 글들이 쉽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세상이 진지함을 잃어 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네요. 그래서 어투라도 가볍게 해보려고 문체를 바꾸어 보았는데... 이것도 무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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