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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영화리뷰 : (로맨틱헤븐 2011, 히어애프터 Hereafter 2011) ]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 마라

by 박 스테72 2015. 9. 6.

 


히어애프터 (2011)

Hereafter 
7.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맷 데이먼, 세실 드 프랑스, 제이 모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프랭키 맥라렌
정보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30 분 | 2011-03-24
글쓴이 평점  

 


로맨틱 헤븐 (2011)

Romantic Heaven 
6.4
감독
장진
출연
김수로, 김동욱, 김지원, 심은경, 이순재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1-03-24
글쓴이 평점  

 

절기 중 춘분 즈음에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영화 두 편이 개봉되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히어애프터'와 장진 감독의 '로맨틱헤븐'이 그것이다.

춘분은 죽음과 삶과 관련하여 인연깊은 절기이다. 중국에서는 춘분을 지나면 80이상의 고령자에게 잔치를 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춘분은 겨울의 음습한 추위가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는 절기를 말한다. 그리고 이 절기에 고령자나 병약자들이 가장 많이 세상을 떠난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두 영화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 졌다. 언어, 문화적 환경이 다른 서양과 한국의 영화라는 점 외에도 히어애프터는 다소 진지하게 다가서는 사실적인 서술의 정극이라면, ‘로맨틱헤븐은 자칫 무거워질 소재를 웃음 나는 사건으로 엮은 소동극이다. 극중인물들이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방법이나 죽음과 대면하는 자세도 차이가 나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는 죽음과 대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죽음과 죽음너머의 세상에 대한 생각들을 서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죽음과 사후의 세계란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두 영화의 성격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그 이야기의 전개와 구성은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하여 동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로맨틱헤븐은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민규, 특이 골수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엄마를 둔 미미, 할아버지의 평생 가슴에 묻어둔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택시운전사 지욱의 이야기들을 엮어 놓았다. 히어애프터는 쓰나미 재해로 인하여 잠깐 동안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마리, 어릴 적 큰 수술 후 죽은 이들의 음성을 듣게 되는 조지, 그리고 분신 같은 쌍둥이 형을 사고로 보낸 마커스의 이야기들을 묶어 놓았다. 두 영화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작고 큰 사건들로 인해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그런 인연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게 하는 길로 인도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죽음너머의 세상에 대한 관점도 매우 유사하다. ‘로맨틱헤븐의 사후세계에는 지옥이 없다. 천국만 있는 내세는 모두가 용서받고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히어애프터속의 내세의 모습은 마리가 직접 쓴 책 ‘Hereafter’ 에 잘 표현 되어 있다. 사방이 빛이고 고요하며, 무중력상태의 무한한 평온함이라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장진 감독이 이야기하는 죽음 너머의 세상은 무섭거나 외롭지 않다. 오히려 평온하거나 행복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애써 외면하거나 두려워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듯, 늙고 병들고 죽어 간다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인 것이다. 사람들이 고인을 위로하는 행위도 삶을 계속 이어가려는 이기적 욕망의 발로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어색하거나 때론 참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것은 그때문이다.

아내의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로맨틱헤븐'의 민규가 홀로 남은 방이 어색하기만 하다고 하는 장면이나, '히어애프터'의 쌍둥이 형이 쓰고 다닌 모자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마커스의 모습에서 그 두려움을 볼 수 있다. '히어애프터'의 조지 얘기처럼 죽음으로 가득 찬 삶이 사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떠난 사람의 빈 공간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어색하고 불편하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사후의 세계가 사실이고 또 그것에 대하여 미리 알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줄어 들 것이다.히어애프터에서 언급하는 찰스디킨스의 이야기나 로맨틱헤븐 CD플레이어는 사후세계가 결코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매개로 사용된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의 악령'의 얘기를 듣거나 따뜻하고 평온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절로 죽음 이후의 세계가 결코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의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자기만의 색깔로 말하고 있는 두 영화를 비교한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두 감독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죽음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밀리언달러베이비’, ‘그랜토리노에서 마치 손주들에게 남기는 유언장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이 노감독의 히어애프터는 그 유언장의 부록과 같다. 느릿하지만 또박 또박 걷는 꼬장스러운 노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장진 감독도 죽음을 무거운 느낌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동극을 잘 그려내는 그의 장기대로 유쾌한 유모와 잔잔한 감동을 이어 나간다. 두 감독이 죽음을 소재로 다른 방식으로 풀아 나갔다면, 역시 죽음이란 삶과 동떨어진 어마 어마 하게 무섭고 낯선 것이라고 이야기할 뿐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죽음을 이야기 함으로써 죽음과 그 이후의 세상이란 결코 우리의 삶에서 뚝 떨어진 무엇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두 영화는 누군가를 떠나 보낸 사람이나 그래서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삶은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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