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스는 함부르크의 창고 지역에서 ‘소울키친’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어느 날 그의 애인 나딘이 꿈을 좇아 상하이로 떠나면서 불운이 시작된다. 세무서로부터 체납의 추궁이 시작되고 위생 국으로부터 새로운 키친의 설비를 명령 받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기세척기를 옮기다가 허리마저 망가져 요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그에게 아무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노스는 고집불통 천재 쉐프를 새롭게 고용한다. 그가 만든 요리에 손님들의 발 길이 끊이질 않게 되고 식당은 운영은 그야 말로 대박을 친다. 그러나 소울키친의 토지를 노리는 부동산업자인 노이만이 나타나 가게는 빼앗길 위험에 처하게 되고, 사랑하는 나딘마저 절교를 선언한다. 지노스는 모든 것들을 놓아 둔 체 중국으로 날아가야 할 판이다.
소울키친은 가족과 친구, 사랑과 신뢰에 대한 소동극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구성원간의 관계와 집이라는 공간을 지키려는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 감독은 유럽의 하층부류에서 커져가는 사회적 현상과 문제를 이야기하고 답하고 있다. 지노스의 집이자 일터인 식당 ‘소울키친’ 이란 좁은 공간 속에 그 모습들을 모아 놓았다.
생계가 아닌 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하는 젊은이들의 방황이 있다. 그들은 음악과 그림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인정을 위한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생활 공간인 버려진 장소들은 본래 용도와 동떨어진 공간으로 변질된다. 부동산업자의 수지타산에 의해 버려진 건물들이 댄스 학원, 클럽, 식당, 공창으로 개조되는 것이다.
성공과 재물이라는 꿈을 좇아 터키·그리스 등 남부유럽에서 독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모여든 땅은 그 버려진 건물들이 넘쳐나는 독일이었다. 그러나 그들마저 또 다른 희망의 땅을 찾아 다시 독일을 떠난다. 일자리와 사람을 찾아 유목민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유럽에 널리 퍼진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소울키친’에서 제시하는 답은 영화 속의 소울 뮤직 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 속 주요공간인 ‘소울키친’ 은 미국에서 35년 동안 방영되던 버라이어티 음악 쇼 ‘소울트레인’ 에서 그 의미와 어원을 차용한 듯 하다. 뮤직 쇼 소울트레인은 주로 R&B, 소울, 힙합이 쇼를 이끌어 가는 주요 레퍼토리였다. 그렇지만 재즈, 디스코, 펑크, 힙합 심지어 가스펠까지 그 장르와 태생에 관계없이 훌륭한 무대를 꾸며 주었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들은 그 태생이 무엇이든 모두 펑키하고 낙천적이다. 그 음악이 독일음악이든 그리스음악이든 터키음악이든 록, 힙합이든 관계없이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는 이방인이나 미래를 걱정하는 청춘의 고민은 이 음악에 들어 있지 않다.
물론 무조건적인 낙천에는 실패와 후회라는 부작용이 함께 따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베스트셀러 제호처럼, 그 또한 젊음의 권리이자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한다. 사회의 아픈 면을 이야기하는 것도, 예전에는 어둡고 심각하기만 하였다면 요즘의 젊은이들에게는 그 마저도 한바탕 파티처럼 유쾌한 소동으로 해소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유럽 영화제 수상작은 어렵고 무겁다는 편견이 있다. 유쾌한 이야기와 소소한 감동 거기에 좋은 음악까지 있는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이라니 새로움으로 다시 보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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