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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킹스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난치성 장애 극복기 : 편견과 고정관념 버리기

박 스테72 2015. 9. 6. 22:54

 


킹스 스피치 (2011)

The King's Speech 
8.2
감독
톰 후퍼
출연
콜린 퍼스, 제프리 러시,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 제니퍼 엘
정보
드라마 |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18 분 | 2011-03-17
글쓴이 평점  

 

난치성 장애 극복기 : 편견과 고정관념 버리기


킹스스피치는 8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부분을 수상하면서 이번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되었다.

킹스스피치는 아카데미 주인공으로서의 소위 스팩을 전형적으로 갖추었다고 할수 있다. 실화를 근거로 하였고, 인간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극복하였으며 휴머니티와 해피앤딩이 필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왕자였던 조지6세가 두 딸의 성원에 못이기며 허술한 동화 한편을 더듬거리며 이야기 해주는 장면에서 그러한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두딸을 사랑하는 팽귄이 역경을 이기고 결국 알바트로스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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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야기는 전형적인 아카데미용 인간의 불굴의 의지로 인한 역경극복기 (나의왼발, 아앰샘, 레이, 포레스트검프, 뷰티불마인드, 샤인.. 부류의 영화)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점점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킹스스피치는 영국왕실의 실화적 인물의 성공적인 역정의 극복기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지나칠 수 있지만, 영국 왕실과 무관한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와 장소에 불문하고 적용되는 인간의 가장 큰 장애인 '편견'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한 줄거리 요약으로 정리된다.

"말더듬이라는 약점을 지닌 영국국왕 조지 6세가 호주 출신 무학위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 왕으로서치명적 결함극복하고 세계대전 참전 대국민 연설을 성공적으로 거둔다."

놀랍게도 이짧은 간추림에서 영화가 전달하고 있는 중요한 중의적 메세지를 찿을 수 있다. 그 메세지의 키워드는 약점, 호주출신 무학위, 왕으로서, 치명적 결함 그리고 극복이라는 단어로 추려 질 수 있다.




영화는 약점을 가진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그 약점이 편견의 작용으로 치명적인 장애로 심화된다. 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치유와 교정으로 극복되기 힘든 양상에서 내려진 마지막 처방은 '편견'의 제거였다. 결국 가장 치유하기 힘든 난치성 장애는 바로 '편견'이라는 인간의 오만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여러 장면과 대사 요소에서 편견의 오작용과 치유의 어려움에 대하여,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비유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세익스피어의 비극의 대사 인용와 언급에서 우리는 편견(고정관념)에 대한 경계와 치유의 생각을 엿 볼 수 있다.


* '알버트 프레드릭 아서 조지 윈저'에서 '버티'로 : 조지6세(콜린 퍼스)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이 화살이 꽂힌 고통을 죽은 듯 참는 것이 과연 장한일인가? 아니면 두손으로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우는 것이 옳은 일인가?..... 육체의 고통, 마음의 번뇌라면 차라리 죽음이 좋으리. 잔다. 그럼 꿈을 꾸겠지." (셰익스피어 [햄릿]中)




조지6세가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의 사무실에서 녹음한 자신의 육성을 듣고 치료의 결심을 하게된 장면이다. 조지6세는 햄릿의 명대사를 아주 매끄럽게 읽게 된다. 물론 큰음악으로 주위의 소리를 차단하여 낭독한 결과였다. 낭독의 내용은 나중에 번민에 빠진 조지6세가 혹여나 하는 마음에 들어 보면서 확인이 되지만, 그 낭독 당시의 영상이 쉽게 오버랩되어 떠오르게 된다.

감독은 세익스피어의 비극중에 햄릿을 조지6세에게 낭독하게 했다. 그것은 아마도 조지6세의 처지가 햄릿의 주저함과 유사한 감정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있다. 왕실의 둘째 아들로 살아 간다는 것은 일반사람들에게 생각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왕실의 규율과 전례라는 고정관념 덩어리를 그대로 받아 들이며 인내하는 한편, 왕위계승 차순위자라 절대로 나서거나 앞장 서지 말고 숨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설상 가상으로 대중 앞에서 말더듬이라는 후천적 장애를 지니게 된 왕자의 삶이란 편치 않은 삶이었을 것이다.

이런 왕자에게 생각지 못한 도전이 다가 온다. 도전이라기 보다 시련에 가까운 일들이다. 왕위 계승자인 형의 생각지 않던 왕위포기에 따른 왕위 계승과 그보다 더 혹독함으로 다가오는 왕으로서의 연설인 것이다. 선친인 조지5세의 이야기에도 나오듯이 왕은 말만 잘타고 폼만 잘 잡으면 되는 예전의 왕에서, 집안에 있는 대중의 환심을 잡아야 하는 왕으로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하지만 조지 6세는 그 괴로움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한다. 방법은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일부터 시작한 것이다. 무학위에 다가 양조장 아들인 호주인 라이오넬 로그에게 언어치료를 받고 성공적인 대국민 연설을 하게 된다.

말더듬이라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라디오 앞에서 명연설을 하였다는 것 자체가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하는 표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조지6세의 실제 생애를 본다면 그러한 편견에 대한 도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영국왕실 최초로 미국과 카나다를 방문하고 연방국가와 식민령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 왕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그의 치유되어야 할 장애는 말을 더듬는 표면적인 장애가 아니라, 왕실의 차순위 자로서의 고정관념과 영국왕실의 세상에 대한 편견이었던 것이다. 이를 훌륭히 극복한 그의 일생이 영화적 감동을 더 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 '무자격자 호주인'에서 '왕실의 기사'로 : 라이오넬 로그 (제프리 러쉬)

"넌 두려운가? 두려워 말아라.. 이 건전하고 달콤한 공기.. 내게 상처가 아닌 기쁨을 주네. 내가 오랜 잠에서 깨어 난다면, 나를 다시 잠들게 하겠지. 꿈 속으로 가겠지... 저 밖에 부자들을 보아라. 나를 떨어 뜨릴 준비를 해라. 결국 꿈을 꾸기 위해 울겠지." (셰익스피어 [템페스트]中 칼리반의 대사)




라이오넬 로그는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이 삶의 로망이자 버스킷리스트에 1번이다. 그는 두 아들과 연극대사 맞추기 놀이를 한다. 게임이전에 두 아들들은 아버지의 레파토리가 '맥베스'아니면 '오셀로'일 것이라고 눈 맞추며 히덕거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내 놓은 대사는 '템페스트'에서 나오는 칼리반의 대사였다.

세익스피어의 비극에 중에서도 라이오넬과 연관된 장면에서는 편견관 관련된 작품들이 언급되었다. 서구문명의 우월함이라는 편견을 다룬 템페스트, 무어인이 귀족과 사랑하게되는 오셀로 그리고 곱추왕 리처드3세가 그렇다. 라이오넬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주류 변방인이며 주변인으로 구분되어 진 사람이었다. 죄수들의 땅인 호주에서 태어난 배우지망생이, 변변한 배움과 학위도 없이 언어치료소를 개설하여 런던 중심지에서 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왕위 계승자의 언어치료사로 파격적인 치료방법으로 왕실을 둘러싼 사람들은 물론 치료 당사자인 조지6세로 부터도 구분지어 지고 격리되어 지게 된다.

결코 라이오넬은 자신의 신분과 경력에 대하여 거짓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바라보는 이들의 편견과 고정된 관념의 색안경으로 마치 사기와 거짓으로 일관한 사람으로 치부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라이오넬은 두려움을 버리고 소신에 따라 치료하고, 과감하게 왕위계승자에게 충고하고 닥달한다.




영화에서 치료도중에 산책을 권유하며 함께 길을 나선다. 그리고 대화는 점점 격해지게 된다.

> 조지6세 "나에게 대드는 것은 반역이요!"

> 라이오넬 "뭐가 그렇게 두렵나요?"

> 조지6세 " 당신의 독설!"

> 라이오넬 "그럼 뭐하러 같이 걷습니까?"

> 조지6세 "나를 가르치려 하지마! 내신분은..... 아들이야... 왕의 아들, 아니 왕의 동생이지."

편견에도 불구하고 정직한 자신만의 경험과 능력으로 라이오넬은 위기절명의 왕을 존경받는 왕으로의 변모하는 조력자가 된다. 그것은 세상의 편견이라는 저항하기 힘든 큰 파도에 대하여 맨손으로 맡선 그의 의지와 소신의 결과였을 것이다.


* 세상의 편견 : 가장 치유하기 힘든 장애

영화 중 라이오넬이 극단의 오디션을 보는 장명이 있다. 관심없는 오디션에서 라이오넬은 세익스피어의 '리차드3세'의 대사를 연기한다. 영화를 떠나 '리차드3세'의 대입이 이영화의 표면적인 중심이야기와 변주 된다. 곱추인 리차드3세는 왕위에 오른 형 에드워드를 시기하고 저주하게 된다. 신체적 장애인 곱사등만 제외한다면 모두 갖춘 그였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왕실의 공식적인 바보(영화속에서 지칭한)들인 왕실주교와 관련 관료로 상징되는 영국 왕실은 국왕의 조금의 결함도 인정지 않으려 한다. 조지6세는 어릴적 왼손잡이에서 심한 체벌로 오른손잡이로 변하였고, 안짱다리도 고통스러운 교정을 겪기도 하였다. 왕위계승 최우선자였던 형도 재혼금지라는 사회적 통념에 사랑하는 여인이 미국 볼티모어 출신의 유부녀라는 고정관념에서 멀리 벗어난 삶을 채택하여 왕위를 포기하게 된다. 국민들 또한 국왕을 지지하면서도 국왕의 말더듬에 대하여 불편해 하고 걱정하고 있다. (영화중 'Stand By The King'에 'God Save The King'으로 덭붙여진 장면) 사소한 결함도 없는 것이 국왕의 면모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오래된 편견이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약점과 장애에 대한 편견은 '리차드3세'에서 처럼 증오와 저주라는 상처를 만들게 된다. 편견이 낳는 가장 힘든 병증은 바로 '오해'라는 이유없는 증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가장 큰 약점과 장애는 출신성분고, 언어장애도 아닌 편견으로 작용한 '동등할 수 없음'이라는 콤플렉스일 것이다. 이 것은 '어디서 감히~'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치사한 사회적 줄긋기와 기득권 챙기기의 유전적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이이야기를 먼 영국 땅에서 일어난 하나의 감동적인 사건이라 생각하고 덮어 버리기에는 우리들 세상사에도 유사한 장애들이 작용하여 심하게 열병을 겪었던 지난 일들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조지6세를 우리의 정치와 권력사에 있었던 인물을 그리며 영화를 바라 보았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가 깊숙히 진행되면서 조금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그린 사람은 조지6세 보다는 라이오넬 로그에게 더욱 투영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조지6세의 짧은 대사인 '왕은 곧 국민이다'라는 이야기에서 생각이 전환이 시작된 것 같다. 곧 조지6세는 민심이라는 국민을, 라이오넬은 그 때 등장한 비주류의 정치인을 그리고 왕실의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진 권력세습층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세상의 가장 오랜 병증인 오해를 치료하고자 정치 권력사에 등장하게 된다. 영화속 라이오넬 처럼 때로는 배우 같이, 때로는 의사 같이, 때로는 따뜻한 아버지이고 친구 같이 다가 왔다. 병증의 근본 원인인 가장 치유하기 힘든 장애인 '편견'을 제거해 보고자, 그간 보았던 치료자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어투로 다른 행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이 났다. 세상이 줄그어 놓은 자격과 세력을 갖추지 못한 치료자는 다들 아는 결말으로 슬픈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편견은 서로가 서로에게 만드는 가장 큰 슬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편견이라는 장애는 때로는 불편함없이 살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위태로운 세상이 장애를 가진 나에게 세상으로 나와 줄 것을 절실히 요청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떨치고 나갈 수 있을지는 서로의 선택일 것 같다. 조지6세의 연설 서두에서 처럼 '우리 앞에 놓인 이 암울한 시간이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편견을 깨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릴 때 우리는 암울한 터널을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P.S. : 영화 속 대사가 영국나라 말인 관계로 의미의 전달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중 조지6세의 말더듬이를  약점 - Weak Point이라고 표현하는지, 콤플렉스 - Complex라고 표현하는지, 핸디캡 - Handicap이라고 표현하는지 보았습닏. 그런데 라이오넬 로그의 클로즈업 신에서 정확하게 장애 - Impediment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글감을 정하였습니다. 장래가 결국 약점이 되고 컴플렉스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생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참 컴플렉스 많은 나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장애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영화였습니다. 단... 영화가 아주 잼나지는 않았답니다.